주현미 - 새끼 손가락 (정종숙.1976)

= 노래 이야기 =

1970년대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모았던 포크음악은 미국에서 시작된 장르지만, 우리나라만의 특징이 있었는데요. 미국의 모던포크송들이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었던 것에 비해 우리나라의 포크송은 김민기씨 등 몇 몇 가수를 제외하면 대부분 서정적인 이야기를 담아내면서 순수성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특히, 1970년대의 포크송은 대중과의 친밀감이 가장 큰 장점이었는데요. 일단, 거창한 쇼 무대에서 노래를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가와 젊은이들의 음악감상실에서 출발한 후, 라디오를 거쳐서 텔레비전으로 진입했습니다. 관현악 반주 대신 가수가 직접 통기타를 연주하고, 자작곡을 만들어서 노래하는 가수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더 직접적으로 노래에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번쩍거리거나 화려한 무대의상 대신 청바지에 티셔츠같은 평상복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서 노래를 불렀기 때문에 또래 젊은이들과 일체감과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성공했고요. 이러한 시도는 1960년대 대중가요의 여러 관행과는 전혀 달랐고, 그래서 더욱 신선하게 젊은이들의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었죠.  

뿐만 아니라,  이 당시 포크송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가 ‘하얗다, 맑다, 가난하다, 작다, 모르다’라는 단어라고 하는데요. 그만큼 물질적 가치 대신 순수함을 추구하는 것이 1970년대 우리나라 포크송의 특징이었습니다. 

이렇듯 포크송이 신선한 충격을 선사하며 인기를 모으자, 1970년대엔 걸출한 포크가수들이 등장하는데요. 이 시기의 특징 중에 하나가 바로 포크 혼성 듀엣의 결성입니다. 프랑스말로 ‘너와 나’라는 뜻을 가진 ‘뚜아에무아’는 이필원, 박인희 선배님이 1970년에 결성한 듀엣이었고요. 이후, ‘라나에로스포’, ‘블루진’,‘바블껌’ 등의 혼성듀엣이 등장했고, 1973년에는 ‘원플러스원’이라는 팀이 데뷔했는데, 그 멤버가 바로 박헌룡 선배님과 정종숙 선배님입니다.

‘원 플러스 원’이란 이름은 요즘 세대들에게도 너무나 익숙한 용어죠. 지금은 기업의 마케팅 전략으로 하나를 사면 하나를 더 준다는 판촉 방식이지만, 1973년에 결성된 ‘원플러스원’은 싱어송라이터인 ‘박헌룡’ 선배님과 부드럽고 안정적인 음색을 가진 ‘정종숙’ 선배님이 만나서 아름다운 70년대의 연가를 들려주었는데요. 

‘원플러스원’의 데뷔곡은 ‘당신의 모든 것을’이라는 곡으로 박헌룡 선배님이 만든 아름다운 노래와 부드럽고 다정한 두 사람의 목소리가 포근한 화음을 내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고요. 2년 동안 두 장의 앨범을 발표한 ‘원플러스원’은 1975년 박헌룡 선배님이 군에 입대하면서 해체되고, 정종숙 선배님은 홀로서기에 도전하면서 솔로가수로 데뷔하게 됩니다. 

정종숙 선배님은 고음과 저음이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노래를 자연스럽게 부르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부드러우면서도 묵직한 목소리는 정종숙 선배님만의 매력으로 어떤 노래든 편안한 느낌을 전해주었고, 그 결과, 솔로가수로 데뷔해서 부르는 노래마다 승승장구 큰 성공을 거두면서 인기 정상에 오르게 되는데, 여러 히트곡 중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노래가 바로 1976년에 발표한 ‘새끼 손가락’입니다. 


“지난 날 너와 내가 잔디밭에 앉아서
 할 말을 대신하던 하얀 새끼 손가락
 풀잎에 물들던 우리들의 이야기가
 손가락 마디 마디 남아 있는 것 같아
 마음의 꿈을 심던 그 시절이 생각나면
 가만히 만져보는 하얀 새끼 손가락

 풀잎에 물들던 우리들의 이야기가
 손가락 마디 마디 남아 있는 것 같아
 마음의 꿈을 심던 그 시절이 생각나면
 가만히 만져보는 하얀 새끼 손가락 ”


‘새끼 손가락’은 아름다운 가사로 유명한 작사가 ‘박건호’ 선생님이 노랫말을 쓰고, 이현섭 선생님이 곡을 썼습니다. 박건호 선생님은 ‘무정 부르스’, ‘당신도 울고 있네요’, ‘토요일은 밤이 좋아’, ‘보이네’와 ‘빙글빙글’, ‘그대 모습은 장미’와 ‘어느 소녀의 사랑 이야기’, ‘그 사람 데려다주오’, ‘모닥불’, ‘기다리게 해놓고’, ‘오직 하나뿐인 그대’, ‘잊혀진 계절’, ‘모나리자’, ‘아 대한민국’, ‘그대는 나의 인생’ 등등 수많은 히트곡의 작사가로, 정종숙 선배님의 ‘새끼 손가락’ 역시 그 옛날 새끼 손가락 걸고 사랑을 약속했던 추억을 아련하게 그렸고요. 많은 사람들이 이 노래에 공감하고 저 마다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정종숙
선배님의 포근한 목소리에 매혹됐습니다. 

우리가 약속을 할 때 새끼 손가락을 거는 이유는, 손가락 중에서 심장과 가장 가까운 혈맥이 있는 곳이 새끼손가락이기 때문이라고도 하고요. 중세 유럽에서는 새끼 손가락을 이웃과 접촉하면 마음이 통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중요한 약속을 할 때는 새끼 손가락을 걸었다고도 하는데요.  그 옛날 사랑하는 마음 변치 않겠노라 약속하며 새끼 손가락을 걸었던 추억이 누구에게나 있을 겁니다.  

첫사랑이 떠오르는 아련한 봄날. 괜시리 가슴이 설레며 사랑하고 싶은 이 계절. 아름다운 70년대의 연가 속에서 우리들의 처음 사랑과 순수했던 시절을 오랜만에 만나보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