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미 - 해변의 여인 (나훈아.1969)

= 노래 이야기 =

‘여름’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노래는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2016년 한국 갤럽에서 전국의 성인남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1위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노래는 1970년대의 히트곡 ‘키보이스’의 ‘해번으로 가요’였고요. 그 외에도 ‘여행을 떠나요’와 ‘여름 이야기’ 등등 다양한 노래들이 등장했는데, 그중에 중장년층에게 큰 지지를 받은 노래가 바로 나훈아 선배님의 ‘해변의 여인’입니다. 

‘해변의 여인’은 ‘해변으로 가요’와 함께 1970년대의 대표적인 여름곡이었는데요. 누구나 부르기 쉽고,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이 떠오르는 서정적인 가사로 지금도 중장년의 사랑을 받고 있는 ‘해변의 여인’은 선선한 바닷바람을 타고 흐르는 것 같은 멜로디로 연인들의 낭만적인 여름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명곡이죠. 

‘해변의 여인’을 작사, 작곡한 박성규 선생님은 이 노래를 만들 때만 해도 무명의 신인작곡가였습니다. 작곡가가 되겠다는 청운의 꿈을 안고 서울로 상경해서 오아시스 레코드사의 전속 작곡가가 된 다음, 1969년 손석우 선생님이 작사하고 나훈아 선배님이 노래한 ‘참사랑’을 작곡한 것이 첫 번째 데뷔곡이었고요. 

이후 ‘도성’ 선배님의 ‘비 내리는 남산길’ 등을 작곡했지만, 히트와는 거리가 멀었고, 배고픈 무명시절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그러다 1969년 여름, 남이섬으로 야유회를 갔을 때, 박성규 선생님은 강 건너 높은 바위 위에 다소곳이 앉아있는 긴 생머리의 여인을 우연히 바라보게 되는데요. 

때마침 불어오는 강바람에 긴 생머리가 날리는 모습은 너무나도 아름다웠고, 그 찰나의 감동은 박성규 선생님의 머릿속에 악상으로 떠올랐죠. 부랴부랴 서울로 돌아온 박성규 선생님은, 밤을 새워 멜로디를 쓰고, 긴 생머리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며 가사를 썼는데요. 이렇게 탄생한 노래가 바로 ‘해변의 여인’입니다.


‘ 물위에 떠 있는 황혼의 종이배
  말없이 거니는 해변의 여인아
  바람에 휘날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황혼빛에 물들은 여인의 눈동자
  조용히 들려오는 조개들의 옛 이야기
  말없이 바라보는 해변의 여인아

  바람에 휘날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황혼빛에 물들은 여인의 눈동자
  조용히 들려오는 조개들의 옛 이야기
  말없이 바라보는 해변의 여인아 “


사실, 맨 처음 이 노래를 만들었을 때, 박성규 선생님이 지은 제목은 ‘호수의 여인’이었다고 해요. 노래 가사에도 ‘해변의 여인’ 대신 ‘호수의 여인’이 등장했는데요. 하지만, 당시 오아시스 레코드사에서는 ‘우리나라엔 호수보다 해변에 관한 추억을 가진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을테니, 노래 제목을 ’호수의 여인‘ 대신 ’해변의 여인‘으로 바꾸는 것이 더 히트할 가능성이 높다 ’라고 노레 제목 변경을 요구했고요. 

그렇게 ‘호수의 여인’에서 ‘해변의 여인’이라는 제목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노래는 운 좋게도 당대 최고의 인기가수였던 나훈아 선배님이 부르게 됩니다. 그야말로 박성규 선생님에겐 오랜 무명 작곡가의 설움을 씻어낼 기회가 찾아온 거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노래는 발표되자마자, 제대로 홍보도 못한 채 묻혀버리고 말았습니다. 왜냐면, 이 앨범이 발표되자마자, 나훈아 선배님이 ‘오아시스 레코드사’의 라이벌 음반사인 ‘지구 레코드’로 스카웃되었기 때문이죠. 

앨범은 나왔지만, 정작 노래를 부른 가수는 라이벌회사로 옮겼으니, 오아시스 레코드사에선 이 앨범을 제대로 홍보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안타깝게도 노래는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채  묻혀버렸는데요. 행운의 여신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찾아왔습니다. 

오아시스 레코드사에서 ‘김 빼기 작전’과 ‘맞불작전’으로 라이벌 레코드사로 이적한 나훈아 선배님의 노래 중에 히트하지 않고 사장된 노래를 다시 발굴해서 앨범을 내는 작업을 했는데요. 그 과정에서 ‘해변의 여인’을 발굴해냈고, 다른 가수들의 노래와 함께 컴필레이션 앨범을 내면서 이 곡을 타이틀곡으로 내세워서 전면적으로 홍보에 나선 거죠. 그리고 그 결과, ‘해변의 여인’은 2년만에 극적으로 다시 살아나면서 전국의 라디오방송과 음악다방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흘러나오는 히트곡이 되었습니다. 

나훈아 선배님 특유의 구수한 음색에 시원한 느낌과 낭만적인 분위기가 더해진 ’해변의 여인‘은 당시 여름의 대표곡이었던 ’키보이스‘의 ’해변으로 가요‘와 함께 1970년대에 가장 많이 사랑받은 여름시즌곡인데요. 해변에서 아름다운 여성과의 사랑을 꿈꾸는 남자들의 로망이 담겨있는 이 노래는 나훈아 선배님의 팝발라드 스타일을 만날 수 있는 곡이기도 합니다.  

이후 이수미 선배님과 조용필 선배님, 조영남 선배님을 비롯한 많은 가수들이 이 노래를 다시 부르면서 시대와 세대를 초월한 명곡으로 지금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데요. 이제 바야흐로 여름휴가철을 맞아 많은 분들이 휴가지로 피서를 떠나시겠지요. 누구와 함께 어디를 가시든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 내려놓고, 강이든 호수든 바다든 호젓하게 거닐면서 아름다운 이 노래와 함께 아름다운 여름의 낭만과 추억을 다시 만나보시면 어떨까요?